평범한 청년이었던 그가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해는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1880년이었다.
그림 공부를 한 적이 없던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따라 그리는 것으로 그림
공부를 했다. 그가 가장 많이 따라했던 그림은 역동적인 자세와 빛과 그림자의 강한 대비를
보여준 밀레의 그림들이었다. 땅파는 사람, 콩 심는 사람 등, 빛과 그림자의 역동성과 자세의
역동성을 따라 그려보지만, 그의 그림은 아마추어 만화가의 낙서 수준일 뿐이었다.
인체 비례도 엉망, 선도 엉망, 데셍도 엉망, 자세의 역동성도 원작보다 떨어지고, 빛과 그림자에
대한 표현은 거의 살아나지도 않고. 하지만 그는 데셍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계속해서 흑과 백만
있는 판화 작품들을 많이 따라 그렸다. 모베와 같은 화가에게 사사받기도 하지만 결국 뚜렷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에서도 모방을 통한 습작은 계속된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사람을 사람답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사람들의 초상화도 제법 그럴듯하게 그리고, 인상파 화가들의 주특기였던 빛과
그림자의 마술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혼신의 힘을 담은 '감자 먹는 사람들'이란 그림을 그렸을 때는 1885년.
큰 욕심을 가지고 '이제 습작이 아닌 작품을 그리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담은 작품을 그려낸다. 그리고 편지로 지인들에게 보내기도 하고, 유명한 당대의 미술가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핀잔과 실망스러운 반응들 뿐.
그에 충격을 받은 그는 본격적으로 색채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다.
1880년대 중반은 점묘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표현 방법이 등장하던 시절. 모작으로 공부를
했던 그는, 이번에도 점묘법을 모작하며 색채 공부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점묘법들.
기존의 점묘법은 점으로만 표현을 했었는데, 그는 모험을 시도해본다.
점이 아니라 선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해본다.
그는 새로운 스타일을 얻었다. 점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선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새로운 기법.
그가 만들었다. 그는 그림을 계속 그린다. 풍경도 그리고, 과일이 담긴 바구니도 그리고.
당시에는 인상파의 영향이 계속 남아 있어서, 과일 바구니 하나를 그려도 빛과 그림자의 표현을
중요시하였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똑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그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유화를 덧칠하여 형태를 표현해내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스타일을 얻었지만, '클라이언트'의 의뢰로 그리게 되는 그림들은 대부분 당시
유행에 맞는 정상적인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다. 모험을 좋아하는 클라이언트는 1880년대에도
없었을 거다. 그러던 어느 날, 깨달음이 온다.
'지금까지의 점묘법은 전부 점으로 '풍경'이나 '정물'을 그릴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을 그려보면 어떨까.
내가 만들어낸 새로운 기법인 '선'묘법으로 풍경이나 정물이 아닌, 사람을 그려보고 싶다'
이 자화상을 그린 때가 1887년.
이 사건을 계기로 그의 화풍은 자리를 잡아 간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무수히 많은 명작들 '밤의 카페테라스',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이 탄생한 시간들은
2년에 불과했다. 1887년부터 1888년에 걸친 약 2년간 고흐는 역사에 길이 남을 많은 작품을 남긴다.
그리고 1889년부터는 같이 지내던 고갱의 영향을 받은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 시기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를르의 방'과 같은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면서도 다양한 색채를 사용한 그림이다.
1888년 12월, 자신의 귀를 자른 그는
1890년 7월 29일,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900여점의 작품과 1100여점의 습작은 전부 이 10년의 세월동안 만들어졌다. 1880년부터 1885년까지는
밀레와 같은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모방한 습작을 그렸고, 1885년부터 1886년까지는 동시대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방하거나 배우면서 그린 습작이 대부분이었다.
그가 실제로 자신의 작품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선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만들어 낸 1886년 이후부터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걸작들이 탄생한 시기는 1887년 자신의 자화상에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여 완성한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1887년과 1888년, 불과 2년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남겼고, 그 이전에는
모작과 습작이 전부였던 재능없고 능력없는 3류 화가에 불과했다.
그가 찾아 낸 기법들은 절대로 독창적인 것이 아니었다. 인상파 화가들은 농부와 같은 민초들의 삶을 그렸고
점묘법은 1880년대 중반을 풍미한 기법이었다. 그는 그러한 것들을 조금 더 새롭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1900년대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그를 가장 위대한
미술가 중의 한 명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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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12일.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을 보고 느낀 것을 재구성 하다 (@親国立美術館, Tokyo, Ja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