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는 내일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

뛰어난 기획자는 많지만 뛰어난 상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고
평범한 상사는 있지만 평범한 회사조차 많지 않기 때문이고
소심한 상사는 있지만 소심하기라도 한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뛰어난 기획자는 평범한 상사와 소심한 회사를 설득할 수 있다.
그들을 내일 시장에 대한 꿈과 비전으로 설레게 하고,
회사 내에서 TFT를 조직하고 두 주먹 불끈 쥐고 달려나갈 수 있다.

그런데,
썅- 좆같은 정책.

 


네이버폰 서비스가 종료된다. (관련 공지)
월 120만 UV가 나오고 연간 2-30억 정도의 매출을 거두며 BEP를 넘어섰고
앞으로 더욱 성장하고 커나갈 것이 분명한 VoIP 시장을 포기한다.
웃기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결정을 '똑똑한 결정'이라 하는 것이다.

도전하지 않고 모험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데,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극복해가며 굳이 아직 열리지도 않은 시장을
'내 손으로, 내 땀으로' 열어나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속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딱 이거다.

그렇게까지 안해도 잘먹고 살 수 있거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
전 지구를 흐르고 있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메일, 채팅, SMS 등과 같은) 트래픽 중
모바일 트래픽이 온라인 트래픽보다 약 3배 정도 더 많다.


(1차 출처 : TNS, 2차 출처 : http://mobizen.pe.kr/)

 
 

전체 디지털 메시지 중 온라인이 차지하는 건 26%, 모바일이 차지하는 게 74%다.
이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다.
이미 서양과 일본 등에서는 모바일 비즈니스가 가장 큰 화두로 대두된지 오래다.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일본의 모바게타운 등의 SNS는 모바일 SNS의 형태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2002년 내가 모바일 비즈니스를 고민하던 때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이야기가 있다.
'망개방이 되면 이통사 중심의 비즈니스 형태가 바뀔 것이다. 그리고 시장이 터진다'
오, 놀랍게도 2009년 4월 현재,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바일 비즈니스가 내일 시장의 이야기라고?
아니다. 잘나가는 동네에선 이미 현재다.

외국서 아무리 잘해봐야 국내 들어오면 다 구글 꼴 난다고?
그래서 아직 정식으로 외국차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대우자동차는 GM에 팔리고
삼성자동차는 르노에 팔리고 쌍용자동차는 폐업직전에 있는가.
현대/기아는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었기에 살아 남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IT도 해외 유수의 기업/비즈니스/서비스와 경쟁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아직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가.
 
내일 시장 따위 없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웃기지 마라.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은 세계 1류 중에서도 10% 안팎이다.
당신이 이끌고 있는, 당신이 몸담고 있는, 그 기업이
내후년에도 GNP 성장률만큼은 성장할 거라고 믿는가?
전세계 모든 경제학자와 컨설팅펌들이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착각에서 깨어나라.

회사를 이끄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나라 꼴이 이모양인데.
네이버폰 서비스는 '인터넷으로 음성 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접는 배경은 여럿이 있겠으나 그 중에는 우스운 정책도 있다.

이번에 한나라당에서 4월 임시국회에 올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보면
네이버폰을 이용한 고객의 음성 데이터 모두를 1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그 많은 음성 데이터를 다 파일로 보관하려면 엄청난 저장장치와 공간이 필요하다.
이 법안의 골자는 '우리가 더 검열하기 쉽도록 통신 사업자 니네가 먼저 기어라' 다.

도대체 그 많은 텍스트/음성/영상 데이터를 어찌 보관하라고 그러는지...
단지 자신들의 검열과 통제와 자유의 억압을 위하여 기업에 막대한 비용을 지우고
고객의 권리를 헤치는 일을 하게 하는지.


 

이 땅에서는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나다 해도 결국 발목잡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렵게 고생하며 상사를 설득하고 CEO와 경영진을 설득하고 이사회를 설득해도-
(대부분은 여기까지 가기도 어렵지만)
결국엔 나라꼴이 이모양이라 꿈을 접어야 할 때가 많은 것이다.

'야, 세상이 원래 그런거잖아'
이런 말따위로 타협하고 인정하며 넘어갈 수 없다.

우리가 다 아는 인터넷 유머 중에 세상의 많은 천재들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고 가정하여 답을 찾는 게 있다.
뉴턴이나 갈릴레오같은 위인들부터 마이클 잭슨과 같은 연예인까지, 온갖 천재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 유머는 어찌나 공감을 많이 얻는지 너무나 많은
위인들이 있고, 그 버전 또한 너무나 많다.
잡스럽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나라 신문 찌라시들도 이런 기사를 많이 썼구나.
방화범이 119에 불났다고 신고하는 격이다.

 

앞으로는 나아질 지도 모른다고?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인생 걸고 내기할 수 있다.

 

 

 

 

극단적인 말 같지만 정말로 꿈이 있다면, 이 나라를 뜨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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